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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책방/책 리뷰(월~금 연재)

위화의 인생 #4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feat. 푸구이)

by 달자책방 2021. 1. 21.

안녕하세요. 달자책방의 전달자입니다.

지난 포스팅 '살아간다는 것'에서는 주제가 좀 무거웠던 것 같아 이번 #4에서는 가벼운 주제를 들고 왔습니다.

혹시 만화 아기공룡 둘리를 아시나요? 아시는 분들도 있고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거기 나오는 고길동 씨. 어릴 때는 이 고길동 씨가 고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만한 보살이 없더라고요. 오늘 전해드릴 내용은 대략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럼 위화의 '인생' 리뷰. 네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feat. 푸구이)

과거 작성한 위화 '인생'에 대한 평

 

사진은 제가 '인생'을 처음 읽고 기록한 독서노트의 일부분을 캡처한 것입니다. 당시 책을 읽고 푸구이에 대한 감정을 그대로 적어 둔 부분입니다.

 

리뷰를 준비하면서 그때 당시 작성했던 글을 보고 든 생각은 '그때는 확실히 젊었구나.'입니다. 

인물의 행동에 대해 지금보다 더 비관적으로 봤고 도전적이지 않는 모습에 대한 불만을 가졌죠.

 

작품 속 푸구이에게는 운명을 바꾸려 하는 처절한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난 그러한 푸구이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봤다. 왜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푸구이를 떠올리면 너무 답답했습니다. 현실을 변화하고자 하는 격렬한 저항이 없는 것이 가장 답답했어요.

룽얼의 사기도박에 속아 모든 땅을 빼앗겼을 때도 그에 대해 저항 한 번 해보지 않고, 전쟁에 잡혀갔을 때도 탈출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유칭을 학교 보내려면 돈이 있어야 하기에 딸 펑샤를 다른 집에 팔아버리고(이후에는 다시 데려오지만요.)

 

이와 같은 너무도 현실에 너무도 순응적인 푸구이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었고,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푸구이가 극도로 미워질 때는 저 인간만 아니었어도 일이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푸구이를 다시 보니 그의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고요.

순응적이고 답답한 모습에 무책임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던 푸구이는

몇 년이 지나 다시 보니 본인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빈털터리가 된 후 과거의 화려했던 순간에 머물러 무너질 법도 한데 정신 차리고 살 길을 찾기 위해 농사일을 시작하죠.

전쟁터에 잡혀갔을 때도 도망치지 않은 것은 도망치다가는 죽게 되는 상황이고 전우들 중에도 탈영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죠. 성공해도 다시 붙잡혀 올 뿐이라고 하니. 당시 푸구이에게는 전쟁이라는 현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죠.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 자체가 용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금 시점에서 푸구이를 살펴보니 여전히 여리 석고, 진짜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텼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소설 속 푸구이를 살펴보면

어리석은 행동들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몇 번의 절망적인 상황,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그 모습을 보여주죠.

이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인간은 나약하지만 동시에 강인한 존재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감동인지를 느낄 수 있어요.

 

또한 내가 푸구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아예 다른 인생이 되더군요. 애초에 도박을 안 했을 것 같다에서 시작해서, 다툼을 피하는 성격이라 싸움에 말릴 일도 없겠고 그럼 전쟁에 갈 일도 없었을 거고, 그냥 아예 다른 인생이 되어버려서 내가 푸구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은 도로 집어넣었습니다. 

 

오정희 작가님의 위화 '인생'에 대한 평.

 

제가 준비한 '인생'의 네 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과거에는 비난하기만 했던 푸구이라는 인물을 다시 살펴보면서 어떠한 삶이든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감동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시 한번 푸구이에 대해 살펴보면서 책 표지 뒷면에 있는 오정희 작가님의

'범상하고 누추한 삶이란 없다는 것, 누구의 것이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강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것인지, 위대한 것'

이라 평에 다시 한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내일 위화의 '인생'의 마지막 리뷰에서는 지금까지 리뷰에 대한 정리와 책에 대해 마무리하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추천하는 책이나 리뷰를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 분들 혹은 기타 문의사항은 방명록이나 메일로 말씀해주시면 확인 후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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